2008년 10월 08일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 슬랩샷 언더그라운드

                                                                                                    만점기준 : ★★★★★

필드 스포츠 게임의 핵심에 충실하였는가?

 매년 위닝 일레븐, 피파 시리즈 등 많은 수의 스포츠 게임들이 출시되어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하나같이 전작보다 더 발전한 그래픽, 선수들의 사실적인 움직임을 내세우며 게이머들을 유혹하는 것이 보통이지요. 그렇다면 과연 스포츠 게임의 핵심은 그들이 내세우는 장점인 '사실성'에 있는 것일까요? 만약 내가 찬 공이 얼마나 실제와 똑같이 날아가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이것은 게임이라기보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라고 봐야 맞을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수의 스포츠 게임들이 이러한 함정에 빠져 정작 중요한 게임성을 놓친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 게임은 사실적인 인터셉트가 가능합니다', '우리 게임은 현실과 거의 똑같은 환경 영향을 받습니다'라는 식이었지요. 이런 게임들이 하나 같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는 점은 스포츠 게임에서의 ‘사실성’이라는 함정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슬랩샷의 첫인상 역시 그러한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유명 그래픽 카드 제조사 엔비디아의 물리엔진 를 이용한 사실적인 물리표현을 강조하는 보도자료들이 그 이유였지요.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 해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고민을 거친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우선은 팀 플레이를 돕는 다양한 시스템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참 편리했습니다. 하지만 반면에 ‘역시나 이 부분은 아쉽구나’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 부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Good 50, Bad 50 정도의 느낌이군요.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팀 플레이 시스템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과연 스포츠 게임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문명>의 제작자로 잘 알려진 시드 마이어는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 사견을 덧붙여 우선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과 적합한 보상의 연속'이라고 정의해보겠습니다. 여기에 빗대어 보면 스포츠 게임은 '득점 방법과 그 과정'이 게임의 핵심이겠군요.
가이드라인의 여부는 생각이상으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


 슬랩샷은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중심으로한 인라인 하키 게임입니다. 그렇다면 하키 게임의 득점 방법과 그에 필요한 일련의 과정들을 얼마나 '재미있게' 구현했는지가 문제일 것입니다. 슬랩샷은 이 문제에 대해 '팀 플레이의 극대화'를 답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동료의 패스를 받아 한 번에 샷으로 연결하는 '원타임샷', 팀플레이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협동샷' 시스템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겠군요.

 위의 시스템들은 모두 통상적인 샷보다 득점력이 높습니다. 그 때문에 기본적으로 개인의 활약보다는 동료들간의 호흡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편입니다. 또한 '폭주'라고 하는 능력 상승 상태에서는 원타임샷 성공률이 극대화되기도 합니다.

 원타임샷이나 패스요청시 퍽을 보낼 동료를 직선으로 표시해주어 원활한 플레이를 돕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슬랩샷의 팀플레이를 완성하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표시 방식 덕분에 채팅을 거치지 않고 직관적으로 퍽을 보내야할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굉장히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퍽을 인터셉트할 수 있는 범위에 위치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앞서 말한 다양한 팀플레이 시스템들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적응이 필요한 조작체계

 앞서 스포츠 게임의 핵심을 ‘득점 방법과 그 과정’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그 과정을 문제없이 따라가려면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 편한 조작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큰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사용해야하는 키와 사용 방법의 가짓수가 많은 편이라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슬랩샷의 조작체계는 사용자에게 그리 신사적(?)이지 않았습니다. 사용하는 키의 개수도 문제지만 전반적으로 직관성은 크게 떨어지고 조작방법 또한 굉장히 다양하게 구분되는 편입니다. 당장 공격기술만 생각해봐도 총 23가지 조작 패턴이 있습니다. 거기에 협동샷까지 포함하면 ‘공격’에 해당하는 패턴만 27가지나 됩니다(협동샷의 경우 12가지 스킬이 있지만 사용하는 키 타입은 4가지입니다) 그 밖에도 수비기술에 10개, 브레이크 어웨이 스킬에 3개의 패턴이 추가로 있습니다. 당장 생각해볼 수 있는 패턴의 수만 40여 가지에 이릅니다.

 플레이어가 선택해야하는 선택지가 지나치게 넓습니다. 게다가 그 선택지들이 확연한 규칙성을 가진 조작방식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뭘 해야할지는 알겠지만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는 상황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필요성이 의심스러운 격투 시스템

 슬랩샷은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기반으로한 게임인 만큼 공격적인 연출이나 시스템이 일반적인 스포츠 게임에 비해 많은 편입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격투 시스템입니다. 바디첵을 계속 당하는 등 좋지 못한 플레이를 보이는 플레이어 쪽에서 쥘 수 있는 반격의 카드랄까요. 격투모드에서 승리하면 상대방을 한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격투모두는 지나치게 플레이에 영향력이 커서 오히려 게임성을 저해한다는 느낌입니다. 또한 모드 자체가 가위바위보와 다를게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할 수 있겠군요.
가위바위보 싸움도 문제지만 한 번 싸우는데 너무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역시 문제

 우선 격투모드에서 승패를 가르는 선택지 선택에 아무런 전략성이나 흥미를 찾을 수 없습니다. 격투모드에서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3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3개의 선택지가 거의 완벽하게 가위바위보 게임과 같은 우세관계를 가지고 있지요. 가위바위보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해도 평균적으로 1/3의 확률로 승리를 보장하는 게임입니다. 머리를 쓰는 게임이라기보다 확률 게임에 가깝지요.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격투모드에서 패배하면 한 동안 움직일 수 없게 되버립니다. 이런 큰 변화를 일으키는 조건을 확률에 의지한다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격투모드로 상대방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우선권을 가진 사람은 일반적으로 공격을 많이 받아 활약이 부족했던 플레이어입니다. 당연히 격투모드를 통해 상태를 역전하려고 하겠지요. 하지만 자신의 공격이 실패했을 때는 상황이 더욱더 극도로 나빠지게 됩니다. 게다가 이 공격의 성패는 그야말로 운에 달렸지요. 슈팅게임에 자주 사용되는 전멸 폭탄에 일정 확률로 불발탄이 있다고 생각해볼까요? 본인의 잘못이 아닌 선택으로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는걸 즐기는 게이머는 없습니다. 슬랩샷의 격투모드같은 중요한 시스템은 가위바위보 게임이 아닌 좀 더 다른 형태의 '머리싸움'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으리라 봅니다.


생소한 게임의 소재. 홍보의 방향성은?

 앞서 여러 번 말했지만 슬랩샷은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핵심 비주얼로 삼고 있습니다. 애초에 언더그라운드 문화나 인디 문화라는 것 자체가 대중적이지 못하지요. 게다가 국내에서는 생소할 수 있는 스포츠인 하키 게임이라는 점에서 우선 소재의 대중성은 크게 떨어진다고 봅니다.

 현재 슬랩샷은 브라운아이드걸즈라는 여성 그룹을 홍보 모델로 기용하고 있습니다. 게임 소재에 대한 보완은 없이 유명 여가수를 앞세운다면 그 파급효과가 지속적이지 못할 것이 분명하겠지요. 그나마도 현재는 게임의 소재와 크게 겉돌며 왜 이 사람들이 여기에 등장하는지도 알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잦습니다. 게임의 설정,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는 무리한 조합으로 유저들에게 잠깐의 흥미 거리만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재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 혹은 대중화 시킬 수 있을 만큼 게임성에 대한 보완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by 마고에트 | 2008/10/08 23:52 | [ G a m e ]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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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쿠헐 at 2008/10/09 00:40
국내에서 하키게임이라니...
문외한인 제가봐도 어라? 라고 갸우뚱거리게 되는 소재네요..허허..
Commented by 그린필드 at 2008/10/09 20:04
가위바위보라고 아이콘에 아예 딱 써붙여놨군요.
.....
Commented by 마고에트 at 2008/10/10 15:24
쿠헐님// 이전에 그라비티에서 제작한 <바디첵>이라는 아이스하키 게임이 있었지요. 역시 스포츠게임의 핵심을 충실히 하기보다 눈에 보이는 그래픽이나 사운드 부분에만 너무 신경을 쓴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소재 자체도 상당히 거리감이 있어서인지 지금은 서비스를 종료한 상태지요. 이번 게임은 그런 착오가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린필드님// 가위바위보 게임 자체가 너무 '완벽하게' 밸런스가 잡혀있다보니 저런 시스템에 저런 방식으로 도입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닌듯합니다.(가위바위보의 밸런스와 관련된 내용은 풀어쓰면 너무 길어져서 패스) 하다못해 시간이라도 짧게해줬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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